당뇨 잇몸염증이 반복되는 이유
당뇨 잇몸염증이 몇 년째 반복된다면, 원인을 혈당 수치 하나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잇몸에 염증이 계속 붙어있는 것은 세균이 유난히 많아서가 아니라, 한 번 시작된 염증을 몸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뇨약을 늘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며 혈당 관리를 해도 잇몸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잇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치과 치료와 잇몸약이 어디까지 해결하는지, 그리고 혈당 관리를 하는데도 재발하는 분들에게 어떤 상황이 남아있는 것인지를 정리하였습니다.
당뇨가 있으면 왜 치주질환이 잘 생기나요?
당뇨가 있으면 잇몸병 위험이 약 3배로 올라갑니다. 파마 인디언 1,342명을 조사한 1991년 연구에서 당뇨가 있는 사람의 치주 파괴 위험은 부착 상실을 기준으로 2.81배, 잇몸뼈 소실을 기준으로 3.43배였습니다. 나이, 성별, 구강위생 상태로는 설명되지 않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잇몸염증을 치료하면 혈당이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국제의학연구 검토기관인 코크란이 2022년에 정리한 결과, 치주염을 치료한 당뇨 환자는 3~4개월 뒤 당화혈색소가 평균 0.4%가량 낮아졌습니다. 그래서 두 질환을 서로를 악화시키는 양방향 관계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가 널리 알려진 설명입니다. 하지만 잇몸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상황은 더 있습니다.
- 잇몸은 몸에서 방어벽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곳입니다. 치아는 딱딱한 것이 잇몸 표면을 뚫고 밖으로 나와있는 유일한 구조물입니다. 그 경계에는 잇몸이 치아를 옷깃처럼 감싸며 만드는 얕은 틈, 치은열구가 반드시 남습니다.
- 침이 줄고 침 속 당은 늘어납니다. 침은 입안을 씻어내고 점막 회복을 돕습니다. 당뇨가 오래되면 이 흐름이 약해집니다. 입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잦은 것도 같은 변화의 일부입니다.
- 구강 점막은 원래 잘 낫는 조직입니다. 피부보다 빠르게 아물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습니다. 그렇게 잘 낫는 곳에서 염증이 몇 년씩 이어진다면 잇몸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잇몸염증은 자연 치유가 가능한가요?
되돌아오는 단계와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나뉩니다. 나뉘는 기준은 잇몸뼈입니다.
- 치은염 – 잇몸살에만 염증이 있는 상태입니다. 붓고 피가 나지만 치아를 잡고 있는 부착은 그대로입니다. 원인이 제거되면 회복됩니다.
- 치주염 – 부착이 떨어져 틈이 깊어지고, 그 아래 잇몸뼈가 녹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줄어든 뼈는 저절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건강한 치은열구의 깊이는 1~3mm입니다. 치과에서 뾰족한 기구로 잇몸을 콕콕 짚어가며 재는 것이 이 깊이입니다. 4mm를 넘어서면 치주낭이라고 부릅니다.
치주낭이 깊어지면 그 속은 칫솔도 치실도 닿지 않는 공간이 됩니다. 산소도 잘 통하지 않아 세균에게 유리해지고, 치석이 잇몸 아래로 들어가 눌러 붙습니다. 깊어질수록 더 안 닿고, 안 닿을수록 더 깊어집니다.
잇몸병이 60대, 70대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라 젊을 때부터 조금씩 잃은 뼈의 소실이 쌓인 결과입니다.

당뇨 잇몸염증에 잇몸약과 스케일링이면 충분한가요?
두 가지 모두 쌓인 것을 줄이는 치료입니다. 다시 쌓이게 되는 몸 상태를 바꾸는 치료는 아닙니다.
잇몸약의 성분을 보면 목표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카르바조크롬은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낮춰 출혈을 줄이고, 리소짐은 세균 세포벽을 분해하며, 비타민 C는 잇몸 결합조직의 콜라겐 합성을 돕고, 비타민 E는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광고에서 말하는 증상 목록(붓고 피나고 시리고 등)과 성분이 하나씩 짝을 이룹니다.
실제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재평가를 거쳐 이 계열 약 92개 품목의 효능 효과를 ‘치주치료 후 치은염,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 치료’로 일괄 변경했습니다. 치과 치료를 받은 다음에 곁들이는 약이라는 뜻입니다.
치과 치료도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구강위생 교육과 위험인자 조절, 잇몸 속 치석 제거, 반응하지 않는 부위의 재치료나 수술, 그리고 3~6개월 간격의 평생 유지관리입니다. 네 단계가 모두 세균과 치석을 제거하고 기구가 닿지 않는 공간을 없애는 방향입니다.
필요한 치료입니다만 스케일링을 받고 몇 달 뒤 같은 곳이 다시 붓는 분이라면 이러한 제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잇몸염증이 심해져 치주염이 되면 이가 빠지나요?
빠집니다. 그런데 잇몸살이 물러져서가 아닙니다.
치아는 잇몸뼈에 직접 붙어있지 않습니다. 치주인대라는 끈으로 뼈에 매달려 있습니다. 치주염이 진행되면 이 인대와 잇몸뼈가 함께 줄어들고, 치아를 잡아주는 힘이 약해집니다. 흔들리다 빠지는 것은 그 결과입니다.
그런데 잇몸뼈를 녹이는 것은 세균이 아닙니다. 염증이 유지되는 동안 활성화된 몸 자신의 파골세포가 뼈를 흡수합니다. 세균이 뼈를 갉아먹는 게 아니라, 몸의 유지되는 염증 반응이 자기 뼈를 정리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치주염은 ‘감염’보다 ‘사라지지 않는 염증‘에 가깝습니다. 최근 연구들도 이 병을 염증이 과한 상태라 아니라 염증이 종료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설명합니다. 염증은 저절로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종료하는 신호가 따로 나와야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당뇨가 있으면 임플란트나 발치를 해도 되나요?
할 수 있습니다. 치과에서는 대체로 당화혈색소 7% 미만을 기준으로 보고, 혈당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 잇몸뼈와 인공 치근이 붙는 과정도 큰 차이 없이 진행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시술을 받은 뒤에도 잇몸이 반복해서 붓고 아픈 분들이 계십니다. 진료하면서 이런 분들을 여러 차례 봐왔습니다. 임플란트를 여러 개 하신 분일수록 그렇습니다. 시술 부위가 늘어난 만큼 잇몸 속에 관리해야 할 경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치과에서 들으시는 말씀은 대개 혈당을 더 잘 조절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혈당 조절은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혈당 관리를 하는데도 당뇨 잇몸염증이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혈당 수치는 당뇨가 몸에 만들어놓은 변화 가운데 일부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감염이 없는 당뇨 환자 61명의 백혈구 기능을 4단계로 나눠 측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부착, 이동, 탐식, 살균 능력이 모두 대조군보다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저하 정도는 당화혈색소 수치나 유병 기간, 나이와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수치가 좋아도 몸의 상태는 따로 있었다는 뜻입니다.
당뇨가 10년, 20년 이어지는 동안 몸에서는 여러 가지가 함께 변합니다.
- 간 – 혈당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완충 기능이 떨어집니다.
- 심장 – 말초까지 혈액을 밀어 보내는 힘이 약해집니다. 잇몸은 몸에서 가장 끝쪽에 있는 조직 중 하나입니다.
- 신장 – 걸러낸 당을 되돌려 받는 기능이 떨어지면 소변으로 당이 빠져 나갑니다. 그만큼 조직이 쓸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 소화 기능 – 먹은 것을 실제로 흡수해 몸을 채우는 힘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지금 드시는 당뇨약이 어디에 작용하는지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포도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억제하고, 설포닐우레아는 인슐린을 더 내보내도록 췌장을 자극하고, SGLT-2 저해제는 신장에서 당이 되돌아오는 통로를 막아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약들은 인위적으로 간, 췌장, 신장의 기능을 건드립니다. 당뇨약을 오래 드시면서 겪게 되는 변화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혈당 수치는 내려갑니다. 다만 약물이 작용하는 장기들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줄인 식사, 몸에 맞지 않는 시간대와 강도의 무리한 운동이 겹치면 체력은 더 떨어집니다. 그런 몸에서 잇몸의 염증이 가라앉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혈당 관리와 당뇨 치료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진료에서 만난 사례
잇몸 문제로 오래 고생하신 70대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임플란트 시술을 여러 차례 받으셨고 당뇨는 20년이 넘으셨습니다. 처음 오셨을 때 당뇨약을 4성분 드시고 계셨고 당화혈색소는 8.5%였습니다.
“당뇨라서 잇몸이 안 낫는 거겠죠.”라고 체념조의 말씀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저희는 잇몸을 고쳐드리겠다는 말씀 대신, 몸을 회복시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6개월을 치료하였습니다. 20년 된 당뇨가 6개월에 정리되지는 않았습니다. 당화혈색소는 7.2%로, 당뇨약은 2성분으로 줄었습니다. 또한 다른 증상들로 드시던 양약을 중단해도 되는 상태가 되셨고, 체력이 올라오면서 잇몸이 편해지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식사를 좀 더 편하게 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과를 보인 다른 치료 사례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마무리
당뇨 잇몸염증이 반복되는 분들께 필요한 것은 잇몸에 쓸 약을 더 찾는 것보다,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일입니다.
치과 치료에서 쌓인 치석과 세균을 제거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다만 제거한 뒤 다시 쌓이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몸 상태이고, 오래된 당뇨는 그 상태를 바꿔놓습니다.
리우한의원에서는 당뇨로 내원하신 분께 소변검사와 혈당검사, 자율신경검사를 시행하고 진맥, 설진, 복진을 함께 보아 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혈당 수치만이 아니라 요당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간과 심장과 같은 장부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수면과 소화가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당뇨를 어떻게 치료하는지는 홈페이지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뇨 잇몸염증을 비롯해 오래된 당뇨와 함께 나타나는 증상으로 불편을 겪고 계신 분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혈당 수치가 낮아지는 것과 몸이 건강해지는 일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잇몸이 그 차이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인데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납니다. 그냥 두어도 되나요?
양치할 때 나는 피는 잇몸 속에 염증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칫솔이 스치면서 염증으로 약해진 잇몸 표면이 터지는 것이기 때문에 칫솔질을 약하게 하거나 피하는 것으로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균이 더 쌓입니다.
당뇨 잇몸염증이 있으면 입 냄새가 심해지나요?
잇몸 속 깊은 틈에서 자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물질이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치주낭이 깊을수록 그 안쪽은 산소가 통하지 않아 세균에게 유리해집니다. 침이 줄어드는 것도 겹칩니다. 입안을 씻어내는 흐름이 약해지면 냄새가 더 남습니다. 침이 줄어들고 입이 마르는 것, 소화기의 불량해진 환경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한의학적 진찰도 필요합니다.
잇몸이 붓고 아플 때 항생제를 먹으면 되나요?
급성으로 부어오른 상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항생제는 세균을 줄이는 약이고, 다시 같은 곳이 붓는 분에게는 그때마다 반복만 생깁니다. 붓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세균의 양보다 세균에 반응하는 몸의 상태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당화혈색소가 몇 퍼센트 이하여야 임플란트나 잇몸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대개 7% 미만을 기준으로 하지만 이 수치는 시술을 안전하게 할 수 잇는지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시술 후 잇몸이 편안해진다는 보장이 아닙니다. 수치가 정상인데 잇몸 문제가 반복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잇몸 치료를 받으면 혈당도 좋아지나요?
어느 정도 좋아집니다. 코크란이 2022년에 정리한 결과로는 치주염을 치료한 당뇨 환자에서 당화혈색소가 평균 0.4% 가량 낮아졌습니다. 연구에선 유효한 변화였지만 오래된 당뇨가 치주염 치료로 좋아진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리우한의원 | 당뇨·갑상선 한의원
리우한의원은 당뇨와 갑상선을 진료하는 한의원입니다. 이승언 한의사는 2008년부터 당뇨를 특화 진료해 왔으며, 저서 「당뇨병 사람이 먼저다: 대사기능과 생활습관을 먼저 치료하라」(2018)와 「당뇨병 사람이 먼저다 2: 요당과 간 기능, 그리고 대사증후군」(2023)을 집필했습니다. 강은영 한의사가 함께 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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