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피곤함 치료가 수치 관리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의학적 이유
당뇨를 수 년 이상 관리해온 환자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당뇨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식단도 철저히 관리해서 당화혈색소 수치는 7% 초반 이내로 우수한데 정작 환자분은 하루하루 당뇨 피곤함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고 호소하시는 경우입니다. 수치에 비해서 왜 몸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걸까요? 이건 단순한 체력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에너지가 공급되고 사용되는 대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환자분들이 성적표처럼 여기는 수치가 아닌, 몸을 보고 살펴야 할 요점들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뇌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혈당 공급의 불균형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뇌입니다. 뇌는 크기에 비해 에너지를 사용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장기입니다. 게다가 뇌는 오직 ‘포도당’만을 에너지 연료로 사용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인 분들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당뇨약을 복용하여 혈액 속의 당 수치를 낮춰놓으면 몸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연료의 총량은 줄어듭니다. 그런데 뇌는 그 연료를 우선적으로 당겨갑니다. 업무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뇌의 활동이 많아지면 혈당의 사용은 대개 뇌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한편 팔다리같은 말초조직들로는 포도당이라는 에너지원의 공급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혈당 검사를 했을 때는 무난한 범위의 결과이지만 몸은 천근만근인 당뇨 피곤함이 나타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특히 정밀한 업무를 보거나 신경 쓸 일이 많을 분일수록 뇌가 에너지를 많이 당겨가니, 숙면이 어렵고 피곤이 안 풀린다고 느끼게 됩니다.
혈압약 병행이 있을 경우 나타나는 순환 저하가 유발하는 당뇨 피곤함
50대 이상에서 당뇨와 고혈압을 함께 갖고 있거나, 심장 혈관 건강을 위해 혈압약을 처방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혈압약은 혈관벽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심장이 혈액을 전신으로 밀어내는 힘을 약하게 만듭니다.
혈액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는 손끝 발끝에 세포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손발끝까지 혈액을 밀어내는 심장의 힘이 혈압약으로 인해 약해지면 곳곳의 에너지 전달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 부분이 지속되면 환자분들은 몸이 무겁다, 기운이 없다라고 표현하게 됩니다. 이러한 순환의 문제는 잠시 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몸 곳곳까지 에너지가 도달하고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어도 기력이 떨어집니다.
당뇨 판정을 받으면 무조건 밥을 줄이고 고기나 계란 같은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조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입장에서 보면 단백질은 쌀밥보다 소화시키기가 훨씬 까다롭고 분해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며, 노폐물도 발생하는 영양소입니다.
간이 이미 약 복용으로 지쳐 있고 혈액 순환도 약해진 상태인데, 소화하기 힘든 단백질 위주로 들어오면 위장과 간은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밥을 안 먹어서 기운이 없는 것뿐 아니라 먹은 단백질을 소화시켜보려고 에너지를 또 사용하는 셈입니다. 식사 후에 유독 더 피곤하거나 몸이 힘들다면 지금의 식단이 오히려 당뇨 피곤함을 가중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 몸은 적절한 당을 음식으로 섭취해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혈당의 완충계인 간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
췌장의 인슐린이 혈액 속의 당을 간, 근육, 지방으로 넣어서 당 수치를 낮춘다면, 실질적으로 혈당을 저장하고 방출하여 혈액 수치의 범위를 조절하는 것, 완충 역할은 바로 간이 하고 있습니다. 성인형, 2형 당뇨는 인슐린에는 문제가 없고 분비가 정상적이므로, 이 간의 완충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의심해야 합니다.
한약 치료의 목적은 혈당 수치를 무조건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간의 기능을 회복시켜서 몸이 스스로 혈당을 조절하는 힘을 갖게 돕는 데 있습니다. 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인위적인 약물의 억제 없이도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전신에 에너지가 고르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때 비로소 환자분들이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숙면이 당뇨 피곤함 완화에 필수적인 조건인 까닭
치료 과정에서 저희가 “일찍 주무셔야 한다, 깊이 주무셔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숙면은 단순하게 쉰다는 의미가 아니라 건강에서, 치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잠을 깊게 자야 에너지를 독점하다시피 하던 뇌가 휴식을 취합니다. 뇌의 혈당 요구와 소모가 지나치지 않아야 그 에너지가 간과 몸의 회복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났을 때 혈당 수치가 더 안정되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닙니다. 뇌가 휴식을 하고, 간이 혈당 분비보다 저장을 잘 하며 회복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변화입니다. 따라서 기력 회복을 위해서는 간 기능 개선과 더불어 숙면을 함께 하여야 하고 한약이 이를 돕습니다. 잠이 바뀌면 몸의 대사가 정상화되는 것이 빨라집니다.

수치 관리만이 아닌 에너지 관리
당뇨 관리는 결국 합병증을 예방하고,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혈당 수치라는 숫자 하나에만 너무 집중하여 탄수화물을 무조건 멀리하고 몸을 혹사하는 방식은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닐까요?
몸의 장부 기능 상태에 맞는 한약 치료는 당뇨 이전의 건강한 몸 상태의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식사는 흰쌀밥이 있는 정상 식사를 하도록 합니다. 한약과 함께 하기 때문에 정상식으로 돌아와도 혈당 상승은 심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몸에 필요한 밥을 마음껏 먹고, 매일 아침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태가 진정한 의미의 회복입니다. 수치라는 결과물만 보지 마시고, 몸이 알려주고 있는 당뇨 피곤함이라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